KIA 윌리엄스의 'MLB식' 황윤호 투수 투입, 어떻게 봐야할까?
2020.05.10 09:01:53

KIA 윌리엄스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내야수 황윤호(27)가 투수로 깜짝 등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KBO리그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메이저리그 출신이기에 가능했던 용병술이었다.

황윤호는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 2-14로 크게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 구원 등판했다. 박해민을 파울 플라이로 막아 이닝을 마쳤다. KIA 관계자는 "중간투수 소모가 너무 컸고 다음 경기 연투에도 대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서 야수의 투수 출격은 일종의 팬서비스다. 과거 NC 나성범, KT 강백호가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다. 나성범은 2015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강백호도 2019년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결과와 무관한 이벤트성 등판이었다.

하지만 이번 황윤호의 등판은 실질적인 전략으로 쓰였다. 원정인 데다가 심지어 무관중이다. 순위가 결정된 시즌 막바지도 아니다. '보여주기'식은 말이 안 된다. 정말로 투수를 아껴 다음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윌리엄스 감독이 황윤호를 투입하기 직전 KIA는 그로기 상태였다. 7회까지 2-5로 뒤져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8회말 와르르 무너졌다.

8회말 오른 4번째 투수 김현준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김현준은 첫 타자 이원석을 좌익수 플라이로 잘 잡았다. 하지만 이후 2볼넷 3피안타로 순식간에 4점을 잃었다. KIA는 이준영으로 투수를 바꿨다. 이준영은 타자 4명을 상대하면서 2피안타 2볼넷,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았다. 그러자 다시 변시원으로 교체했다. 변시원도 볼넷 2개를 허용하는 등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8회 투입한 투수 3명이 볼넷을 6개나 남발한 것이다. 결국 경기는 2-14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2사 만루의 위기는 이어졌다. 엔트리에 남은 투수는 선발 자원을 빼면 문경찬, 전상현, 박진태 등 필승조 뿐이었다.

대구 원정서 2연패를 당한 KIA는 남은 1경기에 꼭 이겨야 한다.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이다. 어떻게 해서든 불펜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여 반격 채비가 필요하다.

대구=한동훈 기자 dhh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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