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깜짝 등판' 구대성이 소환한 '시드니 추억'.txt
2019.01.21 15:57:28


[OSEN=이선호 기자] 시드니의 추억을 상기시킨 깜짝 등판이었다. 

구대성 감독(50)이 지난 19일 호주 질롱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2018-2019 ABL 질롱 코리아-브리즈번전에서 깜짝 등판했다. 질롱 코리아가 2-9로 뒤지던 9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구대성은 1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1개씩을 내주었지만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끝냈다.

구대성은 통산 67승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의 기록을 세운 KBO리그의 레전드이다. 1993년 한화의 1차 지명선수로 입단했다. 2001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이적해 4년 동안 활약했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도 뛰었다. 2006년 한화에 복귀해 2010년까지 다시 한국팬들과 함께 했다. 2010시즌을 마치고 은퇴와 함께 호주리그에 진출해 2014-2015시즌까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뛰었다.

구대성은 지도자로 변신해 질롱 코리아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팀을 떠난 국내 선수들을 모아 호주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경기력이 떨어지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지만 호주 야구를 국내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팀이 부진하자 직접 선수로 등록해 마운드에 올라 흥미만점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구대성 감독은 호주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프로무대를 뛰기도 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구대성이 없었다면 한국야구는 바닥으로 추락했을 아찔한 위기를 겪은 대회였다. 구대성은 예선리그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일등공신이었다. 

당시 김응룡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프로야구 최정예 멤버를 꾸린 드림팀으로 메달 사냥에 나섰다. 야구종목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도 드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부담이 컸던 탓인지 첫 상대 이탈리아를 10-2로 이겼으나 호주, 쿠바, 미국에 패해 1승3패의 탈락 위기에 몰렸다. 대표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 사실까지 드러나 전국민적인 분노를 안았다. 

그때 한국을 구원한 선수가 바로 구대성이었다. 예선 5차전에서 네덜란드에게 고전끝에 2-0으로 이겼으나 난적 일본이 기다린 6차전이 고비였다. 일본에게 지면 탈락 위기에 몰렸다. 구대성은 4-0으로 이기던 1회말 선발 정민태가 흔들리자 2사후 바통을 이어 7회1사까지 3실점으로 막고 팀의 7-6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한국은 일본전 승리를 앞세워 예선리그를 통과했고 미국에 패해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가졌다. 이 경기에서 구대성은 인생경기를 펼쳤다.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선발 격돌을 펼친 구대성은 9회까지 11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5피안타 3볼넷 1실점 완투쇼를 펼쳤다. 구대성의 덕택에 한국은 일본은 두 번이나 꺾고 금의환향했다. 선수들은 모두 병역혜택을 받았다. 

구대성은 일본전의 호투 덕택에 오릭스 블루웨이브스의 영입 제의를 받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오기 아키라 감독이 직접 방한해 구대성의 영입을 이끌었다. 오릭스에서 초반에 소방수로 부진했으나 선발투수로 전환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공략이 까다로운 투수로 인정을 받았다. /sunny@osen.co.kr